출산경력을 숨긴 것이 혼인 취소 사유일까

*데일리시큐 21년 9월 29일 법무법인 에이앤랩 조건명 변호사

출산경력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결혼한 배우자를 상대로 혼인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

민법 제816조 제3호는 부부 일방이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는 법원에 혼인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민법 제825조, 제806조는 혼인이 취소되는 때에는 부부 일방이 과실 있는 상대방에 대하여 이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혼인의 당사자 일방 또는 제3자가 위법한 수단으로 상대방 당사자를 기망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상대방이 혼인의사를 결정하는 데 있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관하여 착오에 빠졌으며, 그러한 기망행위가 없었더라면 사회통념상 혼인의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 그 상대방은 법원에 혼인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고, 또한 귀책사유가 있는 당사자나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는 사기에 의하여 성립한 혼인관계의 해소와 그에 대한 책임 추궁을 통해 혼인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보장하고 개인의 존엄을 기초로 한 혼인질서를 확립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그렇다면, 배우자가 결혼 이전에 출산경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경우, 그 혼인을 취소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혼인의 당사자 일방 또는 제3자가 출산의 경력을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에 그것이 상대방의 혼인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사정만을 들어 일률적으로 고지의무를 인정하고 제3호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보았다.

다만 출산의 경위와 출산한 자녀의 생존 여부 및 그에 대한 양육책임이나 부양책임의 존부, 실제 양육이나 교류가 이루어졌는지 여부와 시기 및 정도, 법률상 또는 사실상으로 양육자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는지, 출산 경력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아니면 소극적인 것에 불과하였는지 등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출산의 경력이나 경위가 알려질 경우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지, 사회통념상 당사자나 제3자에게 그에 대한 고지를 기대할 수 있는지와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신의성실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라고 할 수 있는지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당사자 일방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보장과 상대방 당사자의 혼인 의사결정의 자유 사이에 균형과 조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기준이 대법원이 제시하는 내용이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므654,661 판결).

대법원은 위와 같은 기준을 제시하면서 당사자가 성장과정에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아동성폭력범죄 등의 피해를 당해 임신을 하고 출산까지 하였으나 이후 자녀와의 관계가 단절되고 상당한 기간 동안 양육이나 교류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출산의 경력이나 경위는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하고, 나아가 사회통념상 당사자나 제3자에게 그에 대한 고지를 기대할 수 있다거나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신의성실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라고 단정할 수도 없으므로, 단순히 출산의 경력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것이 곧바로 민법 제816조 제3호에서 정한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서는 아니된다고 판시했다.

결국, 결혼을 한 이후 알고 보니 배우자가 출산경력이 있는 경우, 출산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사정이 무엇인지 등을 고려하여 ‘혼인 취소’사유에 해당하는 기망인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혼인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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